오늘 하루는 여느 때와 같았다. 여느 때와 같이 일찍 일어나 노트북을 열었고, 여느 때와 같이 항상 가는 카페를 갔으며 여느 때와 같이 열심히 공부를 했다.
저녁 8시, 여느 때와 같이 이어폰을 꽂았고, 여느 때와 같이 유튜브에서 노래를 틀었다. 무심코 클릭한 노래는 비긴어게인에 나왔던 GOD의 노래 '길'이었다. 그리고 노래를 듣는 순간, 여느 때와 같았던 일상이 울컥하는 마음과 함께 순간적으로 정지됐다. 모르는 노래도 아니였고, 어쩌면 그냥 듣고 넘어갈 수도 있었던 노래였다. 비가 와서 센치해진 탓일까. 이유는 모르겠지만 어느 시점부터 노래 가사에 몰입이 됐고, 울컥하는 마음을 주체할 수 없었다.
"
나는 왜 이 길에 서있나,
이게 정말 나의 길인가
이 길의 끝에서 내 꿈은 이뤄질까
나는 무엇을 꿈꾸는가
그건 누굴 위한 꿈일까
그 꿈을 이루면 난 웃을 수 있을까
"
GOD의 가사 중 일부이다. 이 가사를 듣고 곱씹다보니 서러움이 북받쳐올라왔다.
주변 사람들은 나에게 자주 묻는다. 공부 잘하고 있냐고. 힘들진 않냐고. 그럴 때마다 항상 웃으면서 대답했다. 아무렇지 않다고. 너무 즐기면서 재밌게 잘하고 있다고. 내가 직접 선택한 길이기에, 또 누군가는 나보다 훨씬 힘들게 살아가고 있기에 힘들단 말은 사치처럼 느껴졌고 그런 모습을 남들에게 보이고 싶지 않았다.
솔직히 말하면 힘들다. 친구들은 다들 군대를 갔고, 코로나로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방법도 거의 없는 상황 속에서 고3 때와 전혀 다를 것 없이 빡빡한 일상을 살고 있는게 많이 힘들다. 코딩이 적성에 안 맞는게 아니다. 코딩이 너무 좋고 재미있다. 하지만 코딩을 공부하면서 나 자신에 대해 끊임없는 의문 부호가 이어진다. 7개월 가까이 공부했음에도 불구하고 가끔씩 발전한게 전혀 없는 것처럼 보이는 나에게 내가 가고 있는 길이 맞는 길인지 끊임없이 묻게 된다. 스스로 똑똑하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적어도 멍청하다고 생각하진 않았는데, 매일 매일 공부하는 내용들이 너무 어렵고 이걸 쉽게 해내는 사람들을 보면서 절망감에 빠지기도 한다. 내가 과연 개발을 직업으로 삼아도 될만한 역량이 있는지 잘 모르겠다.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은 엄연히 다른 영역이기 때문이다.
매일매일 정신 없이 달려왔기에, 나 자신을 돌볼 여유는 없었다. 스스로 괜찮다고 암시했지만 어쩌면 안에서 곪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어떻게 할 것인가. 답은 없다. 그저 여느때와 같이 달릴 뿐이다. 이 길의 끝에 뭐가 있을지는 모르겠다. 이 길의 끝에 가면 웃고 있을지 나도 잘 모르겠다. 하지만 하나 확실한건, 여기서 달리기를 멈춘다면 스스로에게 너무 실망할 것이다. 적어도 길의 끝에 가서 직접 확인하고 싶다. 끝에 가기 전까진 아무것도 알 수 없기에 오늘도, 내일도 여느 때와 같이 길을 따라 달릴 것이다.
요즘들어 사람들이 참 많이 보고 싶어지는 것 같다. 얼마 전까지 보지 않은 것도 아닌데, 코로나 4단계로 못 보게 되니 더욱 보고 싶어진다. 나와 비슷하게, 어쩌면 더 힘들 후배, 친구 그리고 선배들 모두 힘든 일 있으면 나눴으면 좋겠다 :) 전례 없는 코로나라는 시대 상황 속에서 모두가 우울해지는 것 같다. 코로나 빨리 없어져라.